Written by Vanessa

(letyougo312@gmail.com)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필로 씨. 쿠션을 열심히 두드려 보지만 화장은 자꾸 뜨기만 한다. 

어젯밤 한 장에 삼천 원씩 하는 고오급 마스크팩까지 했건만 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넌 별점 한 개일 줄 알아’ 복수를 다짐하며 이번엔 머리를 빗는데 브러쉬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혀 나온다. 

기분 탓이겠지, 애써 외면해 보지만 저도 모르게 머리카락 개수를 센다.

점심 후 동료들과 티타임을 가지는 필로 씨.

날씨도 꿀꿀한데 동료들끼리 하는 얘기도 ‘떡락한 주식’, ‘망해가는 다이어트’ 같은 것들뿐이다.

그러다 문득, 조용히 웃기만 하는 동료 하나가 눈에 띈다.

입사 동기에다 나이도 같은데, 요즘 들어 동갑 동기가 아니라 신입 직원처럼 보인다.

필로 씨는 탱글탱글한 동료의 피부를 보며 은근슬쩍 비결을 묻는다.

“글쎄~ 그냥 물 많이 마시고 운동하고 그러는데~”

‘혼자만 안 늙겠다 이거지.’

괘씸한 마음이 드는 한편, 정말 알려주기 싫을 만큼 제대로 된 비법이 있는 것 같아 더 감질난다.

퇴근 직전, 집요하게 동료에게 조른 덕에 필로 씨는 겨우 대답을 듣는다.

“메이크업보다 클렌징이 중요한 거 알지?”

“‘클렌징 잘해라’ 이딴 소리 하기만 해봐.”

“아니~ 그만큼 노폐물 배출이 중요한데 클렌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지. ‘림프 마사지’ 들어 봤어?”

“림프..?”

“그래, 림프. 설마.. 몰라?”

“알아. 난 또 뭐 대단한 소리 하는 줄 알았네. 퇴근해라.”

자존심에 안다고 빽 지르고 나왔지만, 필로 씨의 머릿속은 뿌옇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들어본 것 같긴 한데... 몸 안에 있는 무언가인 것 같긴 한데... 뭐더라..

필로 씨가 궁금해하는 ‘림프’란 발에 난 물집을 터뜨렸을 때 나오는 투명한 액체다. 그래서 ‘림프액’이라고도 한다.

피는 아니지만 물은 더더욱 아닌 이것의 정체는 우리 몸을 보호할 면역 항체를 수송하는 고오마운 존재라는 것.

그럼 면역력은 알겠는데, 이게 동료의 맑고 쫀득한 피부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림프는 ‘림프관’을 따라 흐르는데, 림프관 주변에 노폐물이 쌓여 압력이 높아지면 림프관의 근육이 움직여 노폐물을 관 안으로 이동시킨다.

이렇게 들어간 노폐물은 여러 림프관들이 모인 ‘림프절’로 다시 이동하는데 바로 여기에 사는 ‘대식세포’들이 노폐물을 먹어치운다.

우리 몸이 스스로 하는 ‘클렌징’인 것이다.

그런데 이 림프절은 종종 막힌다.

장시간 한 자세로 있으면 특정 부위가 붓는 이유가 이 림프절이 막혀서 그런 것이다.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들의 종아리가 붓고, 자다 일어나면 얼굴이 붓는 것도 같은 원리다.

이런 부기를 방치하면 ‘나잇살’이 되고, 피부가 축 늘어지게 만든다.

검색을 마친 필로 씨는 전율한다.

그럼 얘만 잡으면 만사형통이라는 거네?

뜻밖의 쾌거를 이룬 필로 씨는 자축하는 의미로 냉장고에서 맥주캔을 꺼내 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