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Vanessa

(letyougo312@gmail.com) 

필로 씨는 어젯밤 마신 맥주와 안주로 퉁퉁 부은 얼굴에 공격적으로 쿠션을 두드린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화장이 둥둥 뜨지만, 동료에게 ‘림프 마사지’에 대해 물어보면 다 해결될 거라 믿는다. 

오늘도 브러쉬엔 빠진 머리카락이 한가득이다. 놀란 마음에 가르마를 보니 평소보다 더 하얀 것이 아무래도 탈모가 맞는 것 같다. 

안 쓰던 롤빗을 집어든다. 열심히 머리를 말아보지만 엉키기만 하고 팔이 아프다. 수습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있다. 

결국 택시비로 1만 5천원을 낭비한 필로 씨. 똥손 드라이치고 너무 비싼 값을 치렀다.

“필로 씨는 궁금한 거 없어?”

필로 씨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동료가 프리젠테이션을 끝내고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필로 씨는 열심히 질문거리를 고민하는 척하며, 낙서만 한 다이어리를 슬쩍 덮는다.

회의고 나발이고, 간밤의 피로로 속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음... 조금 추상적인 것 같지만 디테일만 추가된다면 훨씬 좋아질 것 같습니다.”

“디테일 뭐?”

“뭐... 당장 좋은 생각은 안 나지만 조사를 더 해보면..”

이도저도 아닌 필로 씨의 대답에 부장은 ‘그러면 그렇지’하는 표정이다. 

회의가 끝나고 필로 씨는 뒷정리를 도와주는 척하며 동료에게 ‘림프 마사지’에 대해 묻는다.

동료는 마사지하기 전에 술부터 줄이라고 하지만, 필로 씨에겐 비결 공유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수작처럼 느껴진다.

필로 씨의 집요함에 또 두 손을 든 동료.

동료의 손가락이 필로 씨의 턱 위에 가 얹힌다.

검지를 구부려 마디를 뾰족하게 만들고 그 부분으로 턱에서 귀까지 3초간 스윽 훑는다.

아플 거라 예상하지만 고통은커녕 압력도 미미하다. 피부를 부드럽게 스치는 동료의 체온만 느껴진다.

그나마도 10여 번을 반복하더니 손을 거둔다. 

“이게 다야?”

“응. 세게 누르면 역효과 나. 천천히, 부드럽게.”

“정말 이걸로 노폐물 배출이 된다고? 청소하듯이 빡빡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마사지’를 떠올릴 때, ‘악!’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압력을 줘야 ‘제대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동남아 여행에서 타이 마사지를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뽕뽑기 위해 “Harder! Harder!”를 외치고, 작심한 마사지사가 제대로 근육을 쥐어짜면 그제야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림프 마사지는 다르다. 림프절에 너무 강한 자극을 가하면 도리어 림프액이 흘러나와 부종이 심해지는 것이다.

특히 다른 염증이나 질환이 있는 사람들, 나아가 암 환자나 혈전 환자들은 림프절 자극을 통해 해당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암세포가 전이되거나 혈전이 폐혈관으로 이동해 폐색전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림프절 마사지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처음 마사지의 효과를 보고 욕심이 생길 것이다.

손쉽게 큰 효과를 보니 ‘더 열심히’ 하면 ‘더 큰’ 효과를 보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번에 모든 효과를 보겠다는 마음으로 세게 자극을 주면 득보다 실이 많으니 ‘절제’는 필수!

자리로 돌아온 필로 씨에게 옆자리 대리가 어디서 맞고 왔냐고 묻는다.

무슨 쌉소리냐고 받아치자 얼굴이 한쪽만 부었다며 거울을 보여준다.

과연 미묘하게 한쪽 얼굴이 더 부어있다.

정확히는 다른 쪽 얼굴만 부기가 빠져있다. 동료가 맥없이 마사지했던 바로 그 부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