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Vanessa

(letyougo312@gmail.com) 

호프집 구석.

필로 씨는 옆자리 대리를 두고 열심히 부장 욕을 한다.

‘꼰대’ 한 마디에 맥주 한 모금, ‘틀딱’ 한 마디에 치킨 두 조각이다.

대리는 필로 씨의 하소연을 흘려들으며 열심히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썸타냐는 필로 씨의 말에 그렇다는 대리. 그냥 물어본 말인데 대답은 ‘그냥’이 아니다.

필로 씨는 맥주 세 모금을 연달아 들이켠다.

“필로 씨 얼굴 원래대로 돌아왔네. 아까 어려 보이고 좋았는데. 반쪽만.”

“이 정도 나이 먹었으면 생긴 대로 살아야지.”

왠지 뚱한 마음에 말도 비뚤게 나간다.

속도 모르는 대리는 관리해야 썸도 타고 연애도 할 수 있지 않겠냐며

퇴근하고 술만 먹지 말고 ‘동료’처럼 필라테스를 다니든 피부과를 다니든 뭐라도 좀 하라고 한다.

그러는 당신은 관리하느냐고 묻자 헬스장 다니면서 식이요법도 하고, 피부과도 정기적으로 들른다고 한다.

“아.. 그래서 피부가 좋구나. ‘그루밍족’인가 뭔가 그런 거야?”

“응. 썸녀도 내가 관리해서 좋대.”

그러고 보니 대리 앞접시엔 예쁘게 벗겨진 튀김옷이 가득 쌓여있다. 술맛 떨어진다.

대리가 헬스장에 가느라 술자리는 일찍 끝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필로 씨는 열심히 피부과를 검색한다. 레이저 시술이 최고라는 글이 많다.

솔깃한 필로 씨가 피부 탄력 효과가 있는 시술을 찾아보는데,

1회에 30만원이 넘고 그나마도 2, 3회 시술받아야 6개월 효과가 간다고 한다.

무엇보다 시술 후 생기는 피딱지가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넘게 남는다고 하니,

매일 출근해야 하는 필로 씨에겐 큰 부담이다.

집에 돌아온 필로 씨는 동료가 알려준 마사지 방법을 떠올려본다.

림프 마사지는 1회를 하든 100회를 하든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

피딱지도 생기지 않는다.

따로 시간을 내 병원을 예약하고, 대기하고, 진료 받는 시간도 필요 없다.

돈도 시간도 없는 필로 씨에겐 림프 마사지가 답인 듯하다.

림프 마사지는 림프관이 모이는 림프절 위주로 해주는 것이 효율성이 좋다.

림프절은 귀밑, 목, 겨드랑이, 쇄골, 배, 서혜부(사타구니) 등에 주로 몰려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림프절 부위는 쇄골이다.

쇄골에는 가장 큰 림프관인 흉관이 있는데, 정맥에 연결되어 림프를 혈류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림프계의 입구이자 출구인 셈이다.

이 부분을 빼고 림프 마사지를 하는 것은 기껏 대청소를 해놓고도 현관에 쓰레기를 쌓아놓는 것과 같다.

쇄골 마사지는 다음처럼 하면 된다.

먼저 쇄골 위 오목한 부분을 찾는다. 이 부분에 3초간 천천히 압력을 가한다.

10번 이상 반복해주면 목과 어깨의 뻐근함에 도움이 된다.

좀 더 시간 여유가 된다면 얼굴을 45도 옆으로 돌린 후 목을 길게 빼준다.

목의 옆 부분을 둥글게 마사지하면서 쇄골 부위로 내려온다.

그대로 쇄골 위 오목한 부위까지 내려온 다음 쇄골을 집듯이 쇄골 위아래를 눌러 쇄골 끝까지 지압해준다.

30초 내외로 반복한다.

필로 씨처럼 얼굴이 자주 붓는다면 턱밑 림프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

턱 가운데에서 귀 방향으로 손가락이나 손가락 마디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눌러준다.

턱근육 부위를 여러 줄로 나누어 훑듯이 왕복해 눌러주면 좋다.

로션이나 크림을 바르고 마사지하면 더 부드럽게 마사지할 수 있다. 

술기운에 노곤해진 몸으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운 필로 씨.

동료가 알려준 마사지 방법을 기억해내 열심히 턱을 문대기 시작한다.

‘예뻐질거야, 예뻐질거야…….’

손에 자꾸 더 힘이 들어간다.

-계속-